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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개미의 왕초보 주식수업, 이정윤 저.


세무사 출신의 슈퍼개미가 직접 쓴 주식 도서. 내가 이 타이틀을 보고 기대한 내용은 딱 하나였다.


'세무사가 알고 있는 지식을 활용해서 찾아내는 종목 발굴법, 또는 그 투자 기록'


하지만 읽어본 감상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주식 도서의 삼박자를 다 갖췄다. 일명 흔하디 흔한 쓰래기 책의 삼박자.


1. 다른 도서에서도 다루는 기본 개념들이 가득하다.


2. 재무 분석을 통한 일명 존.버. 투자를 암시한다.


3. 책의 마무리는 저자 본인이 운영하는 강의 or 커뮤니티 홍보로 끝난다.



사이트도 찾아보니 무료 강의도 있지만 유료 강의도 있더라. 전형적인 본인 기법 팔아먹기용 홍보용 도서 출판으로 의심되는 책들 중 하나다.


보통 다른 도서들에서도 많이 다루는 내용들을 다루면, 특히 차트의 패턴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 경우 최소한 그런 패턴이 등장한 차트를 찾아서 예시로 보여줘서 신뢰성을 높이려고 할텐데, 이 책은 그런 예시조차 없다. 그뿐만 아니라, 본인이 어떤 패턴을 보고 투자해서 이익을 봤다는 식의 이야기는 단 하나도 없다. 그저 저자가 실전투자대회 수상자라고 하니까 그런갑다, 할 뿐.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기본적인 개념과, 그 개념의 정의를 설명한다. 이것이 이 책만의 독창적인 내용들이라면 모를까, 독창적이지도 못하고, 이런 것을 어떤 식으로 활용했는지에 대한 예시도 없고,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재무제표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이건 나름 참신했다. 진짜 쓸모없는 내용들이었기에.


기본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마음에 기본에 대해 다룬다면 최소한 그것을 활용한 예시가 충분히 있어야 하지 않을까.


1부부터 3부까지의 내용이 어떤 식이냐면, 영어 교육을 받는다고 비유하면 이렇다.


'영어 중에는 'have'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시험 문제에 나오기도 하니까 알아둬야 해요.'


..이런 식이다. 적어도, 최소한 정보를 찾는 입장에서 'have'라는 단어가 어떻게 쓰이고, 어떤 위치에 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정보를 찾는 것이지, 네이버 검색창에 'have'라고 검색만 해도 알 수 있는 개념과 그 정의에 대해서 알려고 정보를 찾지는 않는다. 그것도 돈을 주고서. 사전에서도 찾을 수 있는 내용을 누가 따로 돈을 주고 알고 싶어할까?



1부와 2부에서는 서점에 굴러다니는 책들 중 아무거나 골라 잡아도 나오는 내용들을 다루고, 3부에서는 재무제표가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대해 그 개념과 정의를 알려준다. 그런데, 그 재무제표를 통해서 '어떻게' 기업을 바라보면 좋을지에 대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재무제표가 '어떻게' 작성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아마 이런 내용은 이 책에서밖에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 이건 주식이 아니라 경리들이 공부하는 회계/세무 도서에서나 다루는 내용이니까. 심지어 이러한 내용들을 알고 있다고 해도 크게 쓸모가 없다. 일반 투자자들이 재무제표를 보고 알 수 있는 것은 기업 안에서 움직인 전체적인 현금 흐름이지, 이러한 금액들이 '어떻게' 계산되어서 나온 금액인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정보를 알고 싶으면 내부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내부자가 그런 정보들을 토대로 투자를 하면?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한 위법 투자가 되어 잡혀간다.


재무제표를 통해 그 금액들이 어떻게 계산되어서 나왔는지에 대해 추론하는 방법은 책이 아니라 강의에서 한다고 하면 또 할 말이 없다. 저자는 책에서 그런 내용을 다룬다고 이야기하지도 않았고, 나는 그저 그런 내용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읽은 것이니 말이다.


최소한, 정말 최소한, 하다못해 다른 책들처럼 빈약한 예시라도 보여주면서 이런 패턴이 어디서 나왔고, 이 기업은 재무가 어때서 주가가 상승했고 하는 식의 끼워맞추기식 예시라도 있었으면 이렇게 최악은 아니었을 것 같다.


그리고 예시라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패턴들이라며 몇 개의 기업들의 차트를 보여주는데, 그 기업들의 주가가 어떻게 흘렀는지 찾아봤다. 참고로 책에서 다루는 종목은 신라젠, JYP 엔터, 현대홈쇼핑, 후성으로 시기는 2018년 7월 말이다. 이미지는 클릭하면 확대해서 확인할 수 있다.




아마도 이렇게 종목의 차트를 언급하게 된다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종목을 언급하지 않을까 싶은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과는 처참하다. 9월까지는 상승하다가 하락한 종목들도 있으니 저 때 팔지 않고 뭐했냐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때는 수익권이지 않았느냐!' 하고 말이다. 물론 그것도 맞는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자가 언급한 패턴이 유효한 기간이 끝났을 테니까. 하지만 책은 2018년 12월에 출간되었고, 이런 종목들에 대해 저자에게 의견을 물어볼 방법도 없다. 저자가 생각한 투자 기간도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책에서 언급한 시기 이후에 주가가 어떻게 움직였는지에 대해 확인해볼 수 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올랐으니 차트 패턴의 올바른 예시가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고작 예시 하나만 가지고 이것이 맞는지 아닌지에 대해 판단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패턴이 딱 맞게 맞았다고 하기에는 그렇지 않은 종목이 있어 애매하고,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투자 기간도 패턴 매매이기때문에 장기적이 아닌, 단기적으로 봐야하는 종목들이었을 것이다.


3부 뒤에 있는 부록에서는 그나마 종목 선정 방법이라는 것이 나름 설명되어 있는데, 리포트와 PBR, PER 등의 지표를 참고해서 종목을 발굴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종목들의 차트 역시 찾아놨다. 책에서 언급되는 종목은 삼성전기와 고영, F&F로 언급시기는 2018년 9월 초중순이다. 마찬가지로 이미지는 확대하면 커진다.




종목 중 책에서 언급했던 시기 이상의 주가를 보여준 종목도 있다. 1년 이상의 기간이 지나서 말이다. 게다가 저렇게 찔끔 오르고 말 거라면 차라리 적금을 들던가, 아니면 배당주에 투자하는 것이 더 많은 이익을 봤을 것 같다. 저자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종목을 선정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책에서 다룬 내용들을 기준으로 종목을 선정했다고 한다면 어떤 의미로는 실패한 투자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애널리스트들의 기업 분석 리포트로 주가가 상승할 수도 있지만, 그것 또한 가능성의 문제다. 아무리 저평가라고 외치더라도 그것을 시장에서도 저평가라고 인정해줘야 주가가 상승할텐데, 시장에서 바라본 주가는 저평가가 아니었나보다. 위 3 종목만 봤을 때 아마도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로 종목 팔아먹기에 당한 것처럼 보인다. 차트에서 특정 패턴을 보여주는 종목의 주가가 상승할 수도 있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재무 또한 그렇다. 대부분의 기업의 주가는 실적과 비례하는데, 그 실적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 되어있다고 주가가 반드시 오르지는 않는다. 실적에 따라서 무조건 주가가 비례한다면 왜 주식에 대해서 공부하겠는가. 그냥 성장하는 기업들만 찾고 말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아님 말고' 식의 투자는 최대한 피해야 한다. 51%의 성공률을 위한 정보 분석인데, 51%나 되는 성공률을 가지고 '아님 말고' 하고 넘어갈 거면 대체 분석을 왜 하겠는가?


이 책을 읽느니 차라리 길벗 출판사에서 수시로 개정판을 내주는 '저는 주식투자가 처음인데요'를 사서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같은 내용을 다루고, 다루는 내용과 맞아 떨어진 예시들도 많이 보여주니 말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내용들을 그 개념과 정의만을 계속 나열해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다시 봐야하는 지루함과 새롭게 느껴지는 내용도 없어서 참신하지도 못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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