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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총기 저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네이버에서는 자기계발서로 분류를 해놨던데, 내가 읽어본 느낌으로 자기계발서보다는 에세이 쪽에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


정신의학신문에서 칼럼을 연재하는 김총기 씨가 직접 집필한 도서인데, 책 내용 중에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들과 본인이 만났던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본인이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길래 만난 사람들이 고통받던 이유를 짚어주고, 이러한 경우에는 어떤 방식으로 해결을 했었는지를 알려주는 식으로 내용이 진행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냥 이러이러한 사람들이 있었고, 이러이러한 이야기들이 있다~ 당신만 특별하게 아픈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또한 당신과 같은 경우가 많다. 이런 느낌으로 여러 사례들이  두루뭉실하게 지나가는 듯 했다.


책 내용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데, 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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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년배 아이들의 수준보다 어려운 문제들을 낼 때마다 그 문제들을 척척 맞춰내고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던 아이가 있었다.

방송에서는 어떤 가정 환경이 아이를 이렇게 똑똑하게 키웠을까 하고 아이의 일상을 촬영했는데, 아이의 부모는 자신들의 아이를 계속 '천재'로 만들기 위해서 학원들을 계속해서 다녀야 했으며, 남들에게 자신들의 아이가 얼마나 똑똑한지 보여주며 자부심을 느끼는 부모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이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부모의 자랑용 소품 정도의 취급을 받던 아이는 결국 제작진의 의해서 정신의학과에 찾아가게 된다.


부모에게서 자신의 가치를 똑똑한 모습을 보여줄 때에만 인정받던 아이는 자신의 부모에게 했던 것처럼 정신과 선생님에게도 어서 어려운 문제를 내보라고, 자신은 할 수 있다며 재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신과 전문의는 아이에게 문제를 내어주지 않고 지그시 바라보기만 했고, 이에 아이는 어째서인지 조급해하며 내지도 않은 문제들을 스스로 푸는 모습들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전문의는 아이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그런 것보다 우리 ○○이 기분이 어떤지가 궁금한 걸?"


이렇게 말하자, 아이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더니, 1시간 동안 의사 선생님의 무릎에 앉아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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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중간에 나오는 내용인데, 이 부분을 읽었을 때 머리가 멍했다.

나 역시 여태껏 살아오면서 나의 기분을 물어보거나, 상대방의 기분을 물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았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 이 책을 읽는 나의 기분은 어떤지 내 스스로에게 물어봤을 때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보고 그 감정의 원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생각해보게 되니 이전보다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에게 스스로 어떤 기분인지 물어보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그 상황에 대해 그냥 좋았다, 아니면 싫었다 라고 답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나 또한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 부분을 읽고 나서야 책에서 계속 두루뭉실하게 나오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왜 나오는지 알 것 같았다.

사람들이 이유도 모른채 고통스러워하는 이유는 아직 스스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서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라는 책의 제목은

자신의 기분을,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인지하는 못해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이해하는 것의 시작은 자신이 지금 어떤 감정인지를 파악하는 것부터라고 말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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